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상대편과 나의 약점과 강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 격언에 담긴 교훈을 되새기며 어떤 일에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잘 들여다보면 남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남에 대한 정보는 자연스럽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되거나 자기들끼리 비교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굳이 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내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거울을 통해 보든, 자기 성찰을 하든, 남에게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거치든 일정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내 자신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과 사람들에게 비춰진 내 모습이 다를 때가 많다. 한 예로 본인 목소리를 녹음기에 녹음해서 들어보면 자기 목소리가 아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주위에서는 다들 녹음기의 목소리가 내 목소리와 똑같다고 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저래?’ 하며 약간은 인정하게 되다. 또 필자의 회사에서 보면 취업컨설팅을 진행할 때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거나 발표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쑥스러워 하거나 심지어는 큰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듯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춰진 내 모습, 상황속의 내 모습, 관계속의 내 모습에 대하여 잘 알고 좀 더 나은 방향의 내 자신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신분, 직위, 사회적 위치, 특성, 외모, 가족관계 등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이므로 한 문장으로 나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의 나는 성격, 가치관, 외모, IQ, 역량 등 개인의 특성과 가족관계, 학교, 회사, 동아리, 종교 등 소속의 특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또 시간적 측면에서 과거의 내 모습, 현재의 내 모습, 미래에 희망하는 내 모습이 있을 있다. ‘나’라는 화두 아래 다양한 측면에서 내 모습은 어떤가를 분석하다 보면 분명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친구는 나를 착하고 얌전한 아이로 기억하는데 현재 직장에서 만난 사람은 나를 목소리가 큰 사람으로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둘다 나의 모습이겠지만 과거와 현재, 타인과 내가 생각하는 내모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습관은 늘 필요하다.
여기서 항상 반복되는 공통점이 나의 본질일 수가 있다. 그리고 차이점은 누굴 만났느냐 어떤 상황에 있었느냐 따라 달라지는 상황대처의 모습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각도로 나를 분석하다 보면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답이 나온다. 그것이 지향해야할 목표이고 계획이며 비전이 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현재 나를 어떻게 보완하고 바꾸어야 하는가가 우리의 숙제인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에 대해 분석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 잘 바뀌지 않는 본질에 해당하는 인성 부분은 끊임없는 연마와 연습을 통해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혹자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람의 마음에는 긍정적 개념과 부정적 개념이 항상 공존하는데 억지로라도 연습을 통해서라도 항상 긍정적인 선택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실천한다면 나의 인성역시 긍정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존경받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아도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하고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에 대해 ‘저는 매사에 긍정적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적어도 ‘주변 사람에 대한 장점 10가지 찾기’, ‘싫어하는 사람과 친구 되기’,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 짓기’ 등 세부적 계획을 잡고 실천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서 운전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고 해서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익힌 것은 다르다. 얼마만큼 아느냐 보다는 얼마만큼 할 줄 아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분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만으로 짐작하지 말고 특성에 대해서 뼈아픈 분석을 해보다 보면 그 분석의 과정에서 더욱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0년 5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