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트] 대인관계, 소중한 사람부터 챙겨야

요즘은 과거에 비해 정보통신의 발달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졌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과의 대화나 관계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고 악화된 것이 현실이다. 휴대폰 등의 발달로 친구들과는 많은 대화를 하지만 의외로 소중히 해야 할 가족과의 대화나 관계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고 멘티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가족이나 부모님이라 하고, 그중 어머니나 형제와는 많은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외로 가장 소중하다고 느끼고 자신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아버지와 대화하거나 데이트하는 멘티들은 드물었다.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스탭스 ‘물고기 잡는 법’ 멘토 프로그램은 소중한 사람에 대한 인식, 소중한 마음의 전달을 통해 부모님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아버지와의 데이트’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9기 멘티 학생의 아버지와의 데이트 내용을 소개한다.

 

처음 아버지와의 데이트 과제를 받았을 때는 정말 이건 번지점프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번지점프를 하지 않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정말 어렵게만 느껴지던 과제였다. 과제를 받고나서 도대체 아버지께 데이트 신청을 어떻게 할 것이며, 아버지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제일 걱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와 무엇을 해야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내가 아버지의 관심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 끝에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쉬실 때도 영화를 좋아하셔서 텔레비전 채널은 항상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시기 때문이었고,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에 간적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데이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지는 결정했지만, 막상 아버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야할 지, 입안에서 계속 맴돌기만 했다. 아침 식사 시간에 “아빠!” “…..” 괜히 한번 불러보기만 할 뿐 하고 싶은 말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못하고 다음날이 왔다. 나의 계획은 5월 11일 일요일에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었고, 데이트신청을 결국 토요일이 되어 아버지께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 우리 아버지의 직업은 딱히 휴일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혹시 내일 시간이 없으신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역시나 일요일은 무척 바쁘신 날이라고 하셨고, 결국 12일 낮에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했다. 나의 영화를 보러가자는 한마디에 은근히 기대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석가탄신일이었지만, 아침 눈을 떠보니 아버지는 일하러 나가시고, 역시나 아버지와의 데이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평일엔 나도 학교에서 수업하고 과제를 하다가 저녁 늦게 들어와서 평일에는 아버지와의 데이트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5월 14일 수요일, 오늘은 꼭 아버지와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후에 아버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 일찍 오세요?” 아버지의 무슨 일이냐는 대답에 나는 “아빠랑 놀려고, 지난번에 못 놀았으니까.” 정말 멋도 없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멋이 없는 데이트 신청만큼이나 아버지의 의심은 커졌다. “너 사실대로 말해봐, 무슨 일 있어?” 라고 말씀하신 아버지의 반응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냥 오늘 저녁에 맛있는 저녁 만들어 먹자고 둘러댔다. 전화통화 끝에 오늘 저녁 8시 반까지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께서 볶음밥을 만들어 주시기로 했다. 아버지의 의심 때문에 다른 야외로의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이 어려웠고, 대신 아버지와 함께 볶음밥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마트에 함께 가게 되었다.

내가 바구니를 들고, 아버지께서 햄, 감자, 계란, 양파, 양상추 등의 재료를 고르셨고, 나는 덩달아 신이 나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아버지에게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드려야 하는데 얼떨결에 아버지가 직접 볶음밥을 만들어주시기로 한 것 때문에 뒤바뀐 역할 같아서 잘못된 것 같았지만, 아버지께서 해주시는 맛있는 볶음밥을 생각하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 가는 일이 많았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가더라도 아버지는 차에서 기다리시는 일이 많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버지와 나 둘이었다. 한 아름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부엌에서 아버지는 채소를 손질하고 볶음밥에 들어갈 재료들을 먹기 좋게 썰었고, 나는 옆에서 아버지의 요리방법을 들으면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나는 아버지의 주방 보조 역할을 맡았고, 아버지의 요리하는 모습에 나는 놀라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요리는 완성되었고, 방에 계시던 어머니께 아버지와 내가 만든 받고 요리라며 자랑을 했고, 정말 맛있는 볶음밥과 샐러드였다. 처음 아버지와의 데이트 과제를 아버지와 단둘이라면 어색하지 않을 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마트에 함께 장을 보러갔을 때, 내가 걱정하던 그런 것은 없었다. 장도 보고 요리도 함께 하고, 맛있게 저녁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나에게 “아빠는 네가 자꾸 놀자고 해서 이상하다고 하신다.” 라고 말씀해주셨고, 나는 그냥 어버이날 잘 못해드려서 그런 거라고 또 둘러댔다. 이렇게 둘러대야 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너무 부자연스러운 나의 행동들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이상한 행동으로만 느껴진다니 앞으로는 자주 어머니와 아버지의 데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별거 아니었던 과제였다. 그리고 이런 과제가 있어서 아버지와의 데이틀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아버지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지금까지 늘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시는 아버지와 이렇게 몇시간만이라도 짬을 내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수 있는데 왜 그동안 못했나 라는 반성을 했다. 가장 힘들때나 슬플때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가 가족인데 앞으로는 짧은 시간이라도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소중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데이트’를 실시하고 난 후 멘티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초기에는 매일 보는 아버지한테 새삼스럽게 데이트 신청한다는 것도 쑥스러운데다가 어렵게 말씀을 드려도 혹시 문제가 생겨서 상의하려는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앞서서인지 데이트 신청을 받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냐’며 어머니와 상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늘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약간의 시간을 내서 그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전달을 통해 상대방은 사소한 일에도 고마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였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을 통해 내가 세상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 역시 나와 함께 한다라는 생각에 믿음의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자들 역시 소중한 사람에게 약간의 시간을 내서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은 특별히 시간을 들여 인맥 관리를 하는 것 보다 사회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함께 하려고 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소중한 사람은 자신의 버팀목이 되고 훌륭한 멘토가 되지 않을까.

2008년 6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