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트] 치사랑이 나를 키운다

얼마 전 중소기업 청년인턴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교육생들에게 ‘사랑’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 이성 친구에 대한 감정 등 몇몇 가지 대답이 나오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명확하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으면 아마 필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는데 그 중 재미있는 것이 ‘부모나 스승 또는 신(神)이나 윗사람이 자식이나 제자 또는 인간이나 아랫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뜻이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사랑이라고 사전에서 조차 정의하고 있다는 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는 ‘치사랑’은 그만큼 힘들고 흔하지 않다는 의미 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으로 사랑한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 뒷바라지,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 뒷바라지, 결혼을 하고 나면 손자 뒷바라지까지 특히 한국의 부모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내리사랑에 익숙하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직장이라는 사회에 나와서도 윗사람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아랫사람이 잘못하는 것은 윗사람이면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부모 이외의 내리사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가족과 달리 계약 관계이다. 회사는 직원이 원하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고, 회사가 원하는 가치를 직원이 줄 수 있을 때 회사는 그 직원을 고용한다. 상사와 직원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니라 주고받음이 대등한 관계이다. 아무리 불타는 남녀 간의 사랑도 대등한 관계이어야만 오래갈 수 있듯이 상사와 직원의 관계역시 파트너십의 관계가 유지되어야만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를 한 직원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상사이다. 일을 주고, 평가를 하고, 또다시 일 할 기회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것이 상사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이 직원 일은 잘할지 몰라도 진정성이 없는 거 같다’ 등의 평가를 내린다면 그 직원은 직장생활을 더 이상 하기가 힘들 것이다. 즉 상사는 나의 미래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조직 내에서는 내리사랑을 기대하기보다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헌신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치사랑을 하려면 우선 상사가 좋아야 한다. 윗사람은 자신에게 호감이 없는 직원을 눈빛만 보고도 가려낸다. 싫어하는 감정을 갖고 상대방에게 잘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내가 먼저 상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좋은 점을 찾아서 배우려고 노력해 보기 바란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만 상사는 나보다 먼저 회사에 들어와서 나보다 먼저 일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 시간과 경험에 대해 인정해 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을 지시 받을 때 명확히 받으려는 태도, 또 정확히 확인하고, 중간보고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간부는 회사로부터 직원이라는 조직을 가지고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라는 임무를 위임 받은 사람이다. 회사를 위하는 일은 상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잘 수행해 내는 것이다.

입사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쌓아 왔던 스펙이 본인을 평가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사 이후부터는 본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평판이 되어 본인의 미래를 결정 할 것이다. 가끔 퇴사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떠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더욱 잘해야 한다. 한 단계라도 높은 곳으로 갈 때는 꼭 개인의 평판이 따라 다닌다, 그리고 그 평판의 칼자루는 상사가 쥐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치사랑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만 있으면 된다. 윗사람들은 치사랑을 경험한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작은 성의에도 크게 감격한다. 커피를 한잔 갖다 주거나 책상 한번 닦아 주는 사소한 행동은 윗사람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이런 사소한 행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를 받은 상사는 일을 시킬 때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거나 일이 잘못될 것 같으면 미리 알려주기도 할 것이다.

필자 역시 가끔 회사에 손님이 왔을 때 직원들에게 커피를 부탁하기도 한다. 어떤 직원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가져오는 직원도 있다. 또 어떤 직원은 커피를 부탁했을 때 한참 있다 가져다주는 직원도 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지혜롭게 조직생활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조직은 혼자 일하는 곳이 아니다. 서로가 신뢰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다.

 

2009년 10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