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루트] 관계속의 ‘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나는 어떤 사람’ 이라고 생각할 때 보통 본인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모습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혹은 그렇게 되길 바라는 모습으로 자신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실제 모습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이 실제 다른 사람이 느끼는 혹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 대인관계에 있어 어려움에 부딪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필자가 멘토로 있는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멘토링에서는 <관계 속의 나> 라는 프로그램을 매년 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비춰진 내 모습, 상황속의 내 모습, 관계 속의 내 모습에 대하여 잘 알고, 좀 더 나은 방향의 자신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로 진행 하는 것이다. 사전에 가족, 학교 친구, 동아리 친구, 선후배 등 본인이 속해 있는 조직 내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조사하고 파악하게끔 하였다. 예를 들어 ‘가족이 볼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렇게 막연하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파악해야 하고, 친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와 친한 친구, 사이가 안 좋은 친구, 자주 보지만 서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친구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누어 알아보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딸 혹은 아들로서의 나, 친구로서의 나, 선배나 후배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내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한 멘티의 경우는 ‘본인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아버지가 보는 모습과 어머니가 보는 모습이 서로 달랐다. 아버지는 ‘주어진 일은 잘 하는 편이지만 덜렁거리고 실수가 많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많으며, 신경 쓰이지 않게 알아서 잘 하는 편’ 이라고 대답해주셨다고 한다. 왜 차이가 나는 것 같은지 멘티에게 물어보니, 어머니의 경우 본인이 예체능을 잘하는 것 때문에 다방면에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 것 같고, 혼자 상경하여 생활하니 부모님 신경 쓰이지 않게끔 연락을 자주 드린 것이 어머니께는 장점으로 인식된 것 같다고 하였다. 반면 아버지께서 주로 단점을 꼽으신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사이가 좋다보니 어리광 부리고 덤벙 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 것 때문에 어머니와는 다른 이미지로 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러 다르게 대한 것은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행동에 차이가 난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멘티는 7~8년 동안 연락을 안 했던 친구와 현재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물어 보았는데 그 결과가 흥미로웠다. 현재 어울리는 친구들은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해준 반면,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들은 성격이 매우 밝고 사교성이 좋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겼으며, 약간 산만하고 시끄러운 면도 있었다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이 친구 같은 경우는 여전히 자신을 수다스럽고 밝은 성격으로 인지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친해진 친구들이 본인에 대해 이성적이며 냉철한 면모가 있다고 이야기해준 것에 대해 상당히 놀라워했다. 평소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이 보는 내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관계 속에서 비춰지는 나의 여러 모습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우리는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평을 들으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판단하고 단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과 사람들에게 비춰진 내 모습이 다를 때가 많다. ‘나’라는 화두 아래 다양한 측면에서 내 모습이 어떤가를 분석하다 보면 분명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항상 반복되는 공통점이 나의 본질일 수 있다. 차이점은 누굴 만났느냐 어떤 상황에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일 것이다. 여러 각도로 자신을 분석하다 보면 현재의 나는 어떤 사람이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완하고 바꾸어야 하는가가 우리의 숙제가 될 것이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이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도움이 된다. 면접관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 알고 있다면, 면접의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에 대해 분석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함이다. 특히 잘 바뀌지 않는 본질에 해당하는 인성 부분은 끊임없는 연마와 연습을 통해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만으로 짐작하지 말고 특성에 대해서 철저히 분석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더욱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2년 3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