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크루트] 목적을 가지고 꾸준히 메모하라!

얼마 전 오늘의 내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메모하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동경주재원 시절은 일본의 전자산업이 매우 호황이었던 시기로 신제품, 신기술 관련 방대한 양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신조어가 많은데다 기술용어 등이 익숙지 않아 요점정리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체적인 흐름은 물론 어떠한 기술이나 디자인의 제품이 출시되겠구나 하는 향후 전망을 나름대로 하게 되었다. 이러한 예측습관이 훗날 기획업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사장이 되고 나니 마땅히 배울 곳이 없어 고민하다 세상의 흐름 속에 길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각종 신문을 정독하게 되었다. 물론 관심분야인 ‘리더로서 어떠한 덕목을 갖추어야 하는가, 회사의 주력 사업 분야인 아웃소싱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등 업의 특성과 회사 경영에 참고할만한 내용을 메모 해오는 과정에서 일간지 등의 각종 매체는 나의 훌륭한 멘토였다고 생각한다.

메모를 한다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유용한 메모라고 하면 다들 어떤 포맷을 가지고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메모의 기술’을 논하는 책이 넘쳐나겠는가. 하지만 메모에는 특별한 원칙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단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그것만 명확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적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메모가 어떤 방식이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한 가지 기준은 지켜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목적에 맞게 메모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 없이 단순히 좋은 글귀여서, 왠지 적어야 할 것 같아서, 혹은 일단 적어두고 보자는 식의 메모는 구체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성 없는 메모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마 책을 읽다가 좋은 글귀를 보고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어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글귀를 활용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적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메모를 할 때 목적을 가진다는 것은 항상 내게 부족한 부분, 혹은 내가 더 얻어야 하는 정보나 지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업무 분야의 새로운 정보, 혹은 새로운 기술에 관한 리뷰 등을 새롭게 접했을 때 그런 내용을 꾸준하게 적어보라. 이런 메모들이 쌓이게 되면 정보의 흐름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시대인 현대에는 정보의 흐름이 상당히 방대하고 그 수준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그에 못지않게 방대한 양의 쓸모없는 정보나 그에 못지않게 방대한 양의 쓸모없는 정보나 지식 역시 양산되고 있다. 앨빈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이런 쓰레기 정보를 무용지식이라 규정하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자신만의 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메모가 귀한 정보, 유용한 지식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유용성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분야에 대한 관심의 촉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결국 메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것, 혹은 앞으로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어야만 비로소 쓸모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메모를 하는데 반드시 지켜야 할 또 한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실과 감상을 구분해서 적는 것이다. 각각의 사실과 생각을 나누어 적는 연습은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생각을 쪼개거나 다시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어떤 구체적인 사실 하나하나를 적은 가공되지 않은 메모가 더 유용할 때도 있고, 몇 가지의 사실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염두에 두어야만 핵심을 간파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메모를 하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기법은 필요치 않다. 다만 늘 목적성을 가지고 사실과 감상을 구분하는 이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된다.

그런데 메모를 하는 습관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꾸준하게 연습하고 생활화하기까지는 자신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메모를 굳이 여러 가지로 구분해서 하려고 하지 말자. 간혹 보면 업무적 메모, 취미생활에 관한 메모, 가계부, 일기장 이런 식으로 여러개의 메모노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메모 그 자체가 일이 될 수도 있다. 메모의 일이 아니라 정보의 취합과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이므로 이 모든 것을 하나에 적어도 된다. 이렇게 하여 메모하는 습관이 자기 생활의 일부가 된다면 자신만의 백과사전을 갖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어떤 것이 되었든 자신의 일상을 적는 노트가 있다면 바로 거기에, 오늘 얻은 정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는 것부터 지금 시작해 보자.

2010년 11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