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까지.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환경도 인위적으로 바꾸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콘크리트 아파트와 같이 주거 공간에서부터 접착제와 같은 화학제품까지 주변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은 자연스러운 삶을 살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통해 느끼는 이유
우리 스스로 진정한 자연스러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자연에서 많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물의 성장과정을 보며 인내와 끈기를 배운다든지 동물의 세계에서 경쟁의 원리나 모성애의 본능을 알 수 있다든지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 보아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많다. 자연에서 배우는 것은 그야말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인간 사회에 적용해도 매우 잘 맞게 되어 있다. 특히 경쟁이 일상화된 삭막하고 힘든 오늘날의 현실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여유를 갖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자연을 더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경영하는 스탭스(주)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옥상에 공간을 마련하여 고추 모종 심는 행사를 한다. 3월부터 흙 전체를 뒤집어 부드럽게 하고 퇴비와 섞어 옥토화 작업을 한다. 새로 마련한 스티로폼 화분에 옥토화된 흙을 넣어 고추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에 모종을 심는다. 이 때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고추 화분을 하나씩 주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관심과 애정을 가지라는 의미다. 작은 고추 화단이지만 일을 하다 힘들 때 옥상에 올라가 고추가 잘 자라고 있는지 옆 사람에 비해 얼마나 열매가 많이 열렸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게 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자연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누구 열매가 더 많이 열렸나, 더 실하게 자랐나 등 일적인 이해관계가 따르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생기면서 직원들 간의 분위기도 한층 화목해진다.
고추가 자라는 걸 직접 보면서 얻는 교훈은 상당히 많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느낄 수 있고, 자연을 가깝게 접함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다. 또 옥상이라 비바람이 몰아칠 땐 고추가 뽑힐 듯 심하게 흔들리지만, 모여있다보니 서로 의지를 하게 되면서 절대 쓰러지는 일이 없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풍경을 통해 사람도 서로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고추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꽃이 피는 속도가 다르고 열매의 크기도 제각각이다. 물, 바람, 온도 등의 환경적인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성장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거름도 주고, 이따금 진드기나 벌레가 오지 않도록 적절히 약도 좀 치는 등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과정 속에서 고추는 점점 더 실하게 자란다. 이 때 옆 사람 고추 줄기가 휘어져 있으면 막대기를 꽂아주며 흔들림 없이 자랄 수 있게 해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그런 배려가 모여 하나의 고추밭이 되고 멋진 옥상 정원이 되는 것이다.
옆 사람 고추가 잘 익은 것처럼 보여 상대방 양해 없이 그냥 따가는 사람도 가끔 있다. 주인 입장에선 상당히 기분 나쁠 수 있다. 나의 작은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임의로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 즉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자연에서 지혜를 배우자
이렇게 소박하게나마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으면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자연과 쉽게 교감할 수 있고 점점 삭막해지는 인성을 바르게 가꾸는데도 도움을 준다. 또 회사 내에서 대화의 소재도 되고, 즐거움을 주는 등 장점이 상당히 많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서 열매를 맺는다는 성취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들게 농사짓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낄 수 있다. 매년 하는 행사이지만 이런 부분이 생각보다 직원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조건 책 속에서 배우려는 태도는 버리자. 자연 속에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때로는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들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잎이 되기도 하는 고추의 모습은 자연의 조화와 지혜를 배울 수 있게 하고 인성을 바르게 가지는데도 좋은 밑거름이 된다.
식물이 열매를 맺을 때 토양, 물, 온도 등이 균형을 이루어야 최고의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취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단순히 스펙만을 쌓으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마음, 문제해결역량, 끈기 등의 실질적인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려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2.06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