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회] 아버지와의 데이트

얼마전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청계천을 거닐 기회가 있었다. 매일 보면서도 단둘이 집밖에서 함께하는 경우가 처음이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따뜻함이 흐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회사간부들에게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적용을 하면 좋아할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아버지와의 데이트’라는 이벤트를 추진했었다.

요즘은 핵가족의 시대로써 가족 단위의 외식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어머니와는 예전부터 쇼핑을 하는등 함께하는 경우가 있으나 아버지와 단둘이 데이트 한 경험은 아들이나 딸에 관계없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행사 초기에는 매일 보는 아버지한테 새삼스럽게 데이트 신청한다는 것도 쑥스러운데다가 어렵게 말씀을 드려도혹시 문제가 생겨서 상의하려는게 아닌가라는 걱정이 앞서서인지 데이트 신청을 받은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냐’며 어머니와 상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데이트 방법으로는 집이 아닌 곳에서 함께 산책을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술한잔을 나누는 등의 기준 적용으로 아버지와의 특별한 경험을 갖을수 있도록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는 야단을 치고 자식은 야단을 맞는등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있어서인지 편안하게 느끼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함께 공감할수 있는 주제를 이끌어 내는데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특정의 목적보다는 아버지와의 데이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재의 빈곤으로 이삼십분간은 어색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였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농담도 받아 주는 것을 보면서 친근감있게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칭찬보다는 질책이 많았다고 하는 것도 사랑의 또다른 표현 방법이지 않나 싶다.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보니 아쉬움도 많고 너무 소중하기에 만에 하나 잘못될 것을 생각하게 되는 마음을 읽기 보다는 야단치고 잔소리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에게 비춰져 왔지 않나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하고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버지인데도 늘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중요함을 모르고 살아온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데이트를 끝내고 난 소감을 종합해 보면 아버지는 나의 가장 소중한 분이며, 자식인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그동안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그러나 늘 크게만 느껴졌고 의지하려고만 했던 아버지가 작게 느껴지는 것이 매우 속상했었다 라는 의견들이 의외로 많았었다. 학창시절 까지는 부모가 나의 보호자이지만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부모의 믿음직한 자식으로 부모의 어려움을 대신하려는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도 전혀 깨달치 못하고 지내온 것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동안 자식을 위해 헌신해온 내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이제는 행동으로 감사의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며 이런 실천이 부모에 대한 작은 보답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십여년전만해도 자식들이 부모에 효도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며 최고의 선으로 생각해온데 비하면 요즘은 많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와의 데이트는 특정회사에서 하고 마는 행사성이 아닌 모든 사람이 공감하여 개인은 물론 조직 차원에서실천하는데 작으나마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한다.

 

2007년 7월호

 

출처: [상장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