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면에 잠재된 3가지 성품: 천성, 인성, 습성
한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켜 말할 때 흔히 ‘성품性品’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성품을 이루는 요소로는 크게 천성, 인성, 습성이 있다. 천성天性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기질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재능 등을 통해 발현된다. 천성이 선천적인 것이라면 인성人性은 후천적인 것이다.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행동특성을 아우르는 개념이 인성이다. 인성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경이나 문화, 주변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의식과 무의식 속에 살아온 세월만큼 켜켜이 쌓인 산물이 인성이다.
타고나는 천성이나 평생에 걸쳐 형성되는 인성에 비해, 습성習性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습득되며 상대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버릇이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습성을 이룬다. 습성은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아 생기기도 하지만, 본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면이 더 크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누구나 좋은 습관은 들이고, 나쁜 습관은 버릴 계획을 세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거야.’ ‘손톱 물어뜯는 버릇은 꼭 버려야지.’ 하지만 해 본 사람은 안다. 습성이 천성이나 인성에 비해 쉽게 바꿀 수 있다고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가지 습관을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하버드대 실험으로도 입증된 습관의 위력
그렇다면 이것저것 욕심을 부리기보다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하는 건 어떨까?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 1개와 들이고 싶은 좋은 습관 1개만 선택하는 것이다. 이 때 버릴 습관과 취할 습관이 서로 짝을 이루면 좋다. 예를 들어 ‘해야 하는 과제나 공부를 뒤로 미루는 습관’을 버리고, ‘그날 일은 반드시 끝내는 습관’을 들이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습성을 훨씬 쉽게 변화시킬 수 있다.
어떤 독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른다.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 취하고 싶은 좋은 습관은 십수 가지가 넘는데, 고작 일 년에 두어 가지 바꾼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지겠느냐?’고. 하지만 총을 쏠 때 1도만 조준이 틀어져도 총알은 목표물을 크게 빗나가듯,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일으킨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파급효과로 인해 뉴욕에는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과학이론도 있다. 마찬가지로 작은 습관 하나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뒤바뀔 수도 있다.
작읍 습관도 우습게 여겨선 안 될 또 한 가지 이유는 습관이 그 사람의 태도, 나아가 인성 전반까지 바꿔놓는 ‘전이轉移 효과’ 때문이다. 일례로 늦잠을 자거나 약속에 늦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과제나 팀플 등을 할 때도 ‘조금만 있다 하지 뭐’ 하고 나태한 태도를 갖기 쉽다. 반대로 훌륭한 습관은 훌륭한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1940년, 하버드대에서는 재학생 130명에게 러닝머신 위를 달리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40년간 이들의 삶을 추적했다. 그 결과, 체력이 한계에 도달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몇 발이라도 더 뛴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소득이나 삶의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이 삶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루는 마음의 바탕이 된 것이다.
양다리를 걸치는 순간, 습관과의 싸움은 패배한다
그렇다면 습관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경험상 정면돌파할 자세를 갖추라고 권한다. 지금이야 담배 냄새만 맡아도 역겨움을 느끼지만, 10년 전만 해도 필자는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 어느 날 금연을 결심했다. 금연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 니코틴 패치를 붙이는 것, 그리고 흡연자를 피하는 것이다. 필자는 패치를 쓰지 않았다. 입으로만 담배를 피지 않을 뿐 한쪽으로는 여전히 니코틴 욕구를 충족시키는, 어정쩡하게 양다리를 걸쳐둔 자세로는 절대 습관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대신 물을 한 모금 크게 들이키는 것으로 유혹을 참아냈다. 담배를 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도 절대 피하지 않았다. 담배냄새를 영원히 맡지 않고 살 순 없으니 말이다. 그 결과 지금은 담배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모습이 쌓여서 만들어진 삶의 패턴이 있다. 습관은 그 패턴의 일부이기에 아무리 작은 습관도 이를 바꾸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익숙한 것과 결별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좋은 습관은 내 삶 전체를 변화시킬 든든한 자산이 된다. 12월이다. 1월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임으로써 새롭게 변화되어 있을 ‘나’를 만날 준비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