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선택은 O, X가 아니다

한때 젊은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희망을 불어넣어준다는 측면에서 ‘힐링’이라는 테마로 사회지도층들이 강의를 하거나, 책을 출간하기도 하고, TV프로그램도 상당한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지금 취업이 어려운 것은 여러분들의 책임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등의 어필을 하면서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자 했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은 매우 적지 않았나 싶다.

힐링에 대칭되는 말로 쿨링을 생각해 보자.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현재 내 모습은 내가 어제까지 만들어온 결과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듯이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바뀐 만큼 달라질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멋지고 그럴듯한 말로 위로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현실과 이상과의 갭을 분석하고, 갭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당장 취업을 걱정하는 구직자에게 누구의 책임이냐, 꿈이 있느냐 없느냐가 자신을 바꿀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취업’이라는 한 가지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소위 말해 3포, 5포, 7포 등 다포세대의 젊은이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나를 포기하니 나머지는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초의 문제점 인 첫 번째에 놓이는 도미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요즘 취업난에 고생을 하고 있는 젋은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취업이라는 부분을 O,X의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희망하고, 어느 정도의 급여가 아니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취업은 O,X 문제가 아니다. 과연 내가 원하는 직장을 한정된 시간자원 속에서 정말로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를 하고 취업준비를 그만 둘 것이 아니라, 나를 원하는 곳과 조금씩 타협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쪽에서 나를 원하는 쪽으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살면서 그런 선택을 해오지는 않았는가. 모두가 원하는 것이 동그라미 세 개라면, 그보다 조금 미흡한 것은 두 개, 그냥 괜찮은 정도면 동그라미 하나를 주고, 싫지만 적당하다 싶으면 세모를 줄 수도 있는 것처럼 O와 X 사이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대학에 입학 때를 생각해보자. 모든 학생들이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입학하고 싶어 했지만 모두가 그 대학을 갈 수는 없는 것이고, 눈높이를 낮춰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를 희망하거나 결국 그것도 어려울 때는 지방에 있는 대학을 입학하는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방 특성에 따라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좋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 원하던 대학보다 한 두 단계 낮춰 지망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취업도 학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던 곳은 아니지만 내가 들어갈 수 있고, 나를 받아주는 곳을 택했던 것처럼 이제는 직장을 구하는 것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취업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포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취직하고, 아니면 안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보다, 나를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곳에 가서 먼저 일을 시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일, 남보기 좋지 않았던 일, 희망이 없어 보였던 일이라고 피하고, 중소기업을 꺼려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하지만 모든 것을 검증해봤을 때 그 일과 정말 맞지 않았던 것인지 그저 싫은 일이라고 시작조차 안 한 것인지는 생각해보자. 산을 싫어하는 사람은 “어짜피 내려 올 산을 왜 힘들게 올라가느냐” 고 묻는다. 하지만 산을 타보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대기업, 공기업만을 정답으로 보지 말고 중소기업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를 선택해주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간에 일을 호불호로 먼저 판단하기 전에,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해보자.

필자는 신문을 읽을 때 주로 정치면을 좋아했다.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으로서 경제시사 상식을 몰라서 되겠느냐는 생각으로 경제면을 먼저 찾아 읽고, 경제 신문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정치면보다도 먼저 읽으며 메모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꾸준히 경제면을 읽는 버릇을 들여 회사에 영향을 주고 있거나, 줄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메모를 하여 경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경제 상황에 대해 회사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업계의 동향을 살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싫다, 좋다’를 말하기 이전에 열심히 하다보면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고, 잘하다 보면 인정받게 되고, 인정을 받으면 그 일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한다.

선택은 시기가 중요하다. 취업에도 때가 있고, 진급에도 때가 있다. 원하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고, 안 됐을 때는 눈높이를 낮출 줄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취업지원 회사를 운영하면서, 취업 재수생들을 많이 봐왔다. 나이가 많은 신입사원은 회사가 반기지 않게 되고, 더 눈높이를 낮춰서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보다 나이어린 상사를 어려워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를 잘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서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면 그 어떤 것도 손에 쥘 수 없다고 본다. 취업이라는 목표 하나만 남기고, 내가 원하는 회사라는 목표를 낮추고, 하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면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다.

2016년 3월호

출처: [투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