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5월에는 아버지와 ‘특별한 데이트’ 어떨까요?

한때 학벌이나 자격증 등 스펙이 인재를 뽑는 최우선 기준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기업들이 ‘따뜻한 프로페셔널’ ‘든 사람보다 된 사람’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조별과제·합숙면접·토론 등 다양하고 참신한 면접법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에서 추구하는 인성이란 단순히 ‘착하다’ 내지 ‘도덕적이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조직의 목표와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는 마인드다. 이처럼 훌륭한 마인드를 갖춘 인재는 조직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성과를 높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줄 프로그램 마련에 고심하는 것도 그래서다.

필자가 운영하는 스탭스에서도 오래 전부터 인성함양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진행되는 ‘아버지와의 데이트’다. 올해로 10년인 이 이벤트는 말 그대로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는 것이지만,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 아버지께 반드시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한다. 둘째, 아버지와 ‘단둘이’ 밖에서 여행, 식사, 영화관람 등을 하며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야 한다. 가족나들이 중에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거나 하는 것은 데이트로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 아버지와 단란하게 함께한 모습을 인증샷으로 찍어 감상문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아버지와의 데이트를 장려하는 이유는 ‘효행이야말로 인성의 시작’이라는 생각에서다. ‘효孝’라는 한자는 자식[子]이 연로[老]하신 부모님을 업어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모님은 내게 생명을 주신, 하늘 아래 가장 가깝고도 소중한 분이다. 낳아주신 뒤에도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지내듯, 부모님의 고마움을 잊고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런 부모님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사람이라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조직에 대한 애착과 타인을 향한 배려가 자연스럽게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어머니와는 편한 마음으로 자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아버지는 왠지 무뚝뚝하고 대하기 어렵게 느껴져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생겨도 쉽게 피하곤 한다.

더구나 아버지는 경제활동에 바쁜 나머지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아버지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감사의 마음도 전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 ‘아버지와의 데이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크게 부담스러워했다. 평소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은 늘 품고 있지만, 막상 표현을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하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식사를 함께한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일 보는 분이지만 함께 있자니 왠지 쑥스럽고 어색한 데다, 집 밖에서 데이트를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아버지와 데이트를 마친 직원들이 낸 소감문 속 사연들은 하나하나가 필자의 가슴에 감동으로 와 닿았다. ‘어느덧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님께 힘이 되어드리기는커녕 도리어 기대려고만 했다는 생각에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거나 ‘언제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도 집안을 꾸려가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살아오신 탓에 부쩍 늙어버리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사연이 많았다. ‘처음 갖는 둘만의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와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흐뭇해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늘 아버지 곁에 함께하는 자식으로 살아야겠다’는 직원도 있었다.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면서 직원들의 마음이 한층 더 성숙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주고받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안타까운 것이 요즘 세태다. 이번 5월에는 ‘투머로우’ 독자들도 그동안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단란한 데이트 시간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처음에는 아버지께 ‘우리 데이트해요’ 하고 말문을 여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내 어색함은 사라지고 자식의 작은 정성에도 흐뭇해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가슴에도 뿌듯함이 차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와의 데이트가 스탭스만의 이벤트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벤트가 되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당신보다 자식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되새기고, 자식들이 커 버린 만큼 약해진 아버지께 힘이 되어드릴 것을 약속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니까.

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 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처자식 밥그릇에 청춘걸고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 (중략) …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싸이의 노래 ‘아버지’ 중에서-

2016년 5월호

출처: [투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