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한경에세이5_비쳐진 내 모습 보기

우연히 예전 동료들을 만나 대화하던 중 그 당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알(불)려졌던 걸 알았다. 기획 담당으로 오래 일을 해왔기 때문에 스스로 ‘기획통’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예상외로 평범한 말로 기억되는 것이 의아했고 내심 섭섭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남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은 차이가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자신의 목소리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또 동영상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서 보게 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언어습관이나 태도에 당황하거나 쑥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적지않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진짜 (자신의 모습이다.)‘나’ 이다.

(키가 크거나, 얼굴이 예쁘거나, 일을 잘 한다고 하는 것도 부지불식간에 다른 사람과 비교된 평가의 결과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보여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대로 자신의 모습을 결정짓고 그 모습대로 자신을 꿰어 맞추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내 모습을 비쳐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을 통해 반사된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이고 ‘잘됐다. 잘못됐다’ 평가하는 것도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내 생각만으로 나를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취업지원교육을 받은 구직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물었더니 자신이 면접 보는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은 것을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는 대답을 했다. 본인은 남들의 모의면접을 보면서 왜 저렇게 세련되지도 못하고 제대로 대답도 못할까 답답해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본인의 동영상을 직접 보니 ‘내가 말을 저렇게 빨리했었나?’, ‘시선은 왜 저렇게 불안하지?’ 등 남들보다 훨씬 어색하고 실수도 많은 것을 확인하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 자신을 알기위해 본인 모습이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다면화된 평가방식을 차용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회사 내에서 동료들이나 상사의 평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남의 말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고집불통의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라는 것이다. 주변의 충고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보통 상사가 업무스타일에 대해 조언 할 때는 몇 차례에 걸쳐 업무처리방식을 지켜본 뒤에 대안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미리 생각하고 개선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아무리 목표가 명확하다고 해도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설정하지 못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 비춰진 객관적인 내 모습에서 장, 단점과 역량 등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실적인 현상을 파악하고 자신이 목표하는 바와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할지를 분별할 수 있도록 정확한 갭(GAP)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비춰진 내 모습을 통해 자신을 정확히 안다면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진행과정에서도 무리 없을 성 싶다. 이 덕택에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0.07.30 한경에세이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