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한경에세이6_번지점프의 효과

10여 년 전 회사를 창업했을 때 일이다. 후발주자로서 선도기업을 벤치마킹 하며 흉내만 내서는 늘 뒤따라가는 모창가수로 머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되 (흉내 내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차별성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대부분)은 ‘선발기업이 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충분히 검토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신생기업인 만큼 비록 경험은 없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 돼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도전정신을 키워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번지점프를 제안했다.

그런데 (번지점프 이야기를 하니 굳이) 위험한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 번지를 한다고 도전정신이 생기겠느냐 등 반대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사장인 내가 먼저 뛰겠다고 제안해 (뛸 테니 함께 해주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통해 반대의견을 잠재울 수 있었고) 모두가 함께 하기로 결의를 했다.

선뜻 직원들과 (앞에서) 약속은 했지만 정해진 번지점프 날짜가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가 잠시 여유가 생길 때마다 (불현듯) 번지점프 생각이 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 약속된 날을 며칠 앞두고는  ‘지방출장 갈 일 없나’ 등을 생각하게 됐고, 당일 아침에는 ‘왜 이렇게 날씨가 화창하지’라는 푸념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하지 않을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장에 도착해 번지점프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높아 보였고 두려움이 그만큼 커졌지만 직원들에게 그런 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장비를 착용한 후 번지점프대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직원들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물러 설수도 없었다.

어차피 시도하기로 한 것인데 이왕이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며 몸을 허공에 던졌다. 떨어지는 순간(은)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출렁이는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밑에서 바라보는 직원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여유를 과시할 수 있었다. 그날 전 직원이 (낙오 없이) 번지점프를 마치고 나서 함께한 술자리는 해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가득찼다. 아주 특별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의 공통된 소감은 ‘뛰면 될 것을 너무 걱정만 했다’는 것이었다.

그 후 11년째 필자의 회사에서는 번지점프가 신입사원의 통과의례이자 회사의 전통이 됐다. 번지점프를 처음 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끝낸 뒤까지의 느낌을 정리해서 공유함으로써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중요한 교육과정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도전정신은 훌륭한 강사나 책이 아닌 상황극복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할 것이 두려워서 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만 너무 준비하고 조심하다보면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려면 조직이든 개인이든 옳다고 생각하면 즉시 실행하면서 궤도수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2010.08.06 한경에세이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