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트]참 다행이다, 내가 겪어서


월간 리크루트

 

 

참 다행이다, 내가 겪어서


6.25 전쟁 당시 잃어버렸던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가게 ‘꽃분이네’ 를 지키는 덕수는 오직 일평생 가족만을 위해 살아간다. 서독의 탄광 광부에서부터 월남전 노무자로까지 힘겹게 돈을 버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참 눈물겹고 기구한 인생이라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어찌 보면 미련하다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덕수는 웃는다. 내 자식이 전쟁을 겪지 않아서, 내 자식이 탄광에 가지 않아서, 가슴 아프고 고된 일들을 내 자식이 아닌 내가 겪어서 그는 ‘다행이다’ 라며 웃는다.

덕수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코끝이 찡해오지 않는가? 가슴 뭉클한 위의 이야기는 지난 12월에 개봉하여 무려 1,400만 관객 호응에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의 줄거리다. 필자는 ‘내가 겪어서 참 다행이다’ 라는 덕수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꽃분이네’ 라는 가게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평범한 이 시대 아버지의 한 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감동하고 또 같이 눈물을 흘렸던 이유도 이와 같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60년 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 그 시절의 우리 아버지들은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일을 했다. 내 가족을 지키겠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은 그들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일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부모들은 그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고, 자식을 교육시켰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쉬지 않고 일을 해왔음에도 현재 대부분의 부모들은 노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세상의 어느 부모도 자신의 일생을 내 가족, 내 자식을 위해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힘들더라도 자식이 잘된다면 그들은 언제나 기꺼운 마음으로 희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아버지들의 자식들은 어떠한가? 부모가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뒷바라지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 구직난을 이유로 졸업을 미루고, 취업준비를 한다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손을 벌린다. 어디 그뿐일까. 결혼할 때는 결혼식 비용을 부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맞벌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보육까지 떠맡긴다.

부모님 세대가 자식이었을 때는 일을 하면서도 어른들을 모시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겨왔고, 자식들의 교육까지 꿋꿋하게 감당해왔다. 이에 반해 의식주 등 생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부모에게 기대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런 절박함과 절실함이 매우 옅어진 것 같다.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이니 부모님 세대와 같은 구직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지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대신 죄스러움은 느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식 교육에 자신들의 노후준비 조차 못한 부모의 어깨를 더 이상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독립을 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문제다.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많은데 필자가 보기에 인성과 역량은 단순히 몇 개월의 투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어학 점수 몇 십 점 더 올리는 것보다는 나를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 그곳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어떨까.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 못지않게 학교를 졸업했다면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 한 해, 두 해 취업을 미루다 보면 실업에 대한 기간이 길어져 근로의욕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취업은 내가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따라 결정되지만, 직장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나와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지금 어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나 자신에게 맞게 목표를 수정하자. 멋진 직장을 기다리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보단 빨리 취업해서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를 키우게 되면 후에 원하는 직장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 수도 있고, 또 일하는 곳에서 남들보다 빨리 성장할 수도 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들은 오로지 자식이 잘되는 것만을 꿈으로 여기며 사셨을 것이다. 그분들의 노후까지는 책임질 수 없다 해도 더 이상의 짊이 돼서야 되겠는가. 지금 당장에 잘 곳이 있고, 용돈 받을 곳이 있다하여 안일하게 있지 말고 죄스러운 마음을 갖자. 그러면 나의 행동이 바뀔 것이고, 직장을 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될 것이며 취업도 용이해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하나의 성숙한 사람으로 담금질을 하도록 해줄 수도 있다.

당신의 부모는 힘들고 어려운 고난의 시간을 내 자식이 아닌 내가 겪어서 참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필자는 부디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 여러분들이 진지한 마음으로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길만이 부모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일 것이다.

– 이 상 –

  

출처:월간 리크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