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회] 정박을 위해 배를 건조하지는 않는다

숙명여대 멘토링 프로그램(물고기 잡는법)을 4년째 진행해오고 있으며 가장 소중한 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아버지 말씀을 소개한적이 있다. ‘곱게 키운 소중한 딸이기 때문에 늘 가까이 두고 싶지만 그보다는 세상에서 인정 받는 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램과 함께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때 가장 안전하겠지만 항구에 세워두기 위해 건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며 ‘내 딸을 믿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고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배를 건조한다는 것은 준비하는 과정으로 사람의 학창시절과 비교될수 있으며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은 기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이의 입장과 같지 않나 싶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취업준비등을 명분으로 졸업을 늦춘다든지 졸업하고 나서도 공무원이나 각종고시 공부를 함에 따라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싶다.

그리고 바다에 나가보니 내가 원하는 물고기가 없다는 이유에 빈배로 항구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직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멋지고 안정된 곳만을 선호하는 생각에서 비롯된게 아닌가 싶다. 또한 입사 일년이내에 조기퇴직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 하며 이는 작은 파도에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나약함이 원인이지 않을까싶다. 물론 사회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 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발전을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 정년은 점점 짧아지며 노년기는 길어지는데 교육을 마친 자식이 부모의품을 떠나지 않으려 하거나 품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은 힘이 되어야 할 자식이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과거와 달리 한두명의 자식을 키우는 과정에서 지나친 기대와 과잉보호가 사회적으로 나약한 자식을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 ‘미운자식 떡하나 더주고 이쁜 자식 한대 더 때려라’는 말이 있듯이 무조건 잘해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홀로서게 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해 부모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않나 싶다. 또한 회사에서도 언제나 직원들 편에 서는 인기 좋은 상사가 부하직원과 조직을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성과지향의 역량을 키워주고 이를 통해 조직력을 강화해야 된다고 본다.

건조를 끝내고 진수식을 마친 배라면 바다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돌아올 것을 생각해 먼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면 만선의 귀항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파도가 친다고 불안해 하기 보다는 파도를 타고 앞으로 가겠다는 유연한 위기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중하다고 품안에 두기보다 ‘엄하게 키운 자식이 효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나 회사의 리더 입장에서 엄하게 키우려고 하는 것이 자식이나 부하의 미래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항구를 떠난 배는 지침을 받기 위해 돌아오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터득해 나가면서 목표를 달성해 가는 것이 중요할것이다. 배가 바다로 나가야 경험할수 있고 역량을 키울수 있는 것이지 항구에서 도상훈련으로 실전능력을 키울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선의 꿈을 품고 먼바다로 떠나자.

 

2007년 9월호

출처: [상장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