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회] ‘동정’ 아닌 ‘동행’ 절실하다

지난 4월 17일 필자가 경영하는 스탭스는 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함께 ‘장애인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는 50여개의 구인업체와 500여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하여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행사는 무사히 끝났지만 사실 준비를 하는 동안은 많은 걱정을 했다. 일반인이 아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박람회다 보니 혹여 사고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장애인들을 접해보지 않은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서 실수를 하지 않을까 하여, 사전에 장애인 인식개선에 관한 교육을 하고 롤플레잉을 통해 모의연습을 해보기도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상 박람회장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편견임을 알 수 있었다. 행사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목발이나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동반한 경우가 있어 속도가 좀 느리거나 외관이 일반인과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운영진들이 불편한 부분을 약간만 도와주니 독립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서 잘 처리 하는 편이었다. 스탭스 직원들은 박람회장 입구에서 1:1취업상담을 진행하였는데 상담에 임하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보수나 조건에 관계없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다’며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구직욕구를 보였다.

스탭스에서는 청년층, 여성, 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취업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본인들이 의지를 가지고 눈높이를 조금만 낮춘다면 아직은 일할 곳이 많다.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장애인을 채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들을 위한 시설이나 장비의 증설이 필요하며 업무영역도 좁고 생산성도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들은 아무리 눈을 낮추어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경제적 독립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일자리가 무엇보다 절실할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의미보다 인생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은 쉽지는 않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중소기업의 사장인 필자 역시 장애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이번 박람회 통해 그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박람회에 참여한 장애인들의 대다수가 선천적이기보다는 교통사고나 산재 등 후천적 장애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영어면접이 가능한 고학력자가 포함되어 있기도 했고, 좋은 집안에서 엘리트코스를 밟고 최근까지 남들보다 뛰어나게 사회생활을 해오다가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외관만 약간 다를 뿐 업무를 처리하는데 일반인보다 오히려 뛰어나다고 평가되어 현장에서 즉시 채용되기도 했다.

문명이 고도화 되고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사고에 의한 후천적 장애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사고가 나 자신이나 내 가족 중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자체가 예비 장애인일 수도 있다. 일반인과 장애인이 다르다는 생각보다 장애인과 함께하려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동정이 아닌 동행하여 오랫동안 함께 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어진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장애인들의 결연한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희망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한다.

 

2010년 5월호

출처: [상장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