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한경에세이2_잃을 게 없는 사람은 없다

옛말에 ‘가진 것이 없는 사람과는 다투지 말라’ 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것이 없기에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신을 절제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목을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되어 극단적인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하면서 묻는 내용 중 하나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님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고 소수이긴 해도 소중한 사람이 없다고 대답하는 구직자도 있었다.

부모가 가장 소중하다고 해서 “부모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를 물어보면 구체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대답하는 구직자는 많지 않았다. 이런 면접자들을 보면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기보다 머리로만 알고 있다는 생각에 다른 조건이 좋아도 직원으로 채용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할 것이고, 자신만을 위한 행동으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중요한 일의 책임자를 선정하거나 장기 프로젝트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면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이룬 직원에게 맡기는 경우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소중한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구직자에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 없는 것일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나를 버려도 거두어 줄 무조건적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은 있을 것이다. 또한 외롭고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 한두 명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늘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대상과 비교하며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반면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자신은 늘 피해만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 세상을 탓하거나 다른 사람 탓만 하면서 매사에 비판적이고 비관적인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사기를 당하거나 부모님이 이혼을 하여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냈거나 의지와 상관없이 힘든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면 인생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주위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런 태도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여 잠시 편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해가 될 것이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없다. 설사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고 가진 것이 적을 지라도 아직 젊고 건강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다보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고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고맙게 느껴져 살맛나는 세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현재의 못함이 본인의 게으름이나 부족함에서 시작되었음을 반성하고 내일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로 결정된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10.07.09 한경에세이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