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한경에세이4_부모의 사추기

무한경쟁의 정보화시대에서는 젊은이의 아이디어와 스피드가 부각되면서 연륜과 지혜 면에 강점이 있는 중년층의 비중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또 이러한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조기퇴출 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어 젊은층의 사회진출조차 늦어지다 보니 자식에 대한 부담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과거의 중년층에 비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부모세대인 것 같다.

특히 우리 어머니들은 갱년기를 맞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런 때에 늘 보살핌의 대상이던 자식들마저 ‘나도 어른이니까 알아서 하겠다’며 부모의 관심을 오히려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조기퇴직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도 있을 것이다. 만약 남편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쉬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생활패턴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되어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경우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환경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어린이에서 청년으로의 변화 시기를 ‘사춘기’라 부르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미래의 모습에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년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이가 청년으로 성장할 때를 ‘사춘기(思春期)’라 한다면 장년층에서 중노년층으로 바뀌는 변곡점의 시기를 갱년기 또는 ‘사추기(思秋期)’라고 하는 것이다.

인생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평생을 일하던 현장에서 떠나야 하다 보니 사추기의 우리 부모들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추기의 부모가 있는 청년층의 대부분은 취업준비 중이거나, 직장에 들어갔더라도 자기계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결혼을 위한 금전적 준비를 하는 등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식을 위해 평생을 애써온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아니면 누가 헤아려 주겠는가. 사춘기 때에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듯이 이제는 사추기를 맞이한 우리의 부모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영화티켓 두 장으로 두 분의 데이트 기회를 만들어 드리거나 월급날에 인근 선술집에 부모님을 모신다든지 함께 산책하는 등의 작은 관심표현만으로도 부모는 행복해 할 것이다. 언제 퇴출 될지 걱정하고 계시거나 일자리가 없는 우리의 아버지, 돈쓸 곳은 많은데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어머니의 입장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여 부담을 덜어드리거나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식의 당연한 도리가 아닌가 한다. 어느 자식이든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경우는 없겠지만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모님의 쓸쓸해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드리려는 작은 정성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전화 한통,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라도 보내드리는 것이 어떨까.

2010.07.23 한경에세이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