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를 돌이켜 보면 인사로 시작해서 인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들과 ‘잘 잤느냐’를 시작으로 출근하는 아버지에게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한다. 또 회사에 출근하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일을 시작하고 퇴근 시에는 ‘먼저 퇴근 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인 패턴일 것이다. 또한 지인이나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는 경우에도 ‘오랜만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해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로 마무리 하는데 이런 인사는 많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있어서인지 사회생활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가 소홀히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보면 출근시간대가 비슷해 동일한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서로 목례 정도라도 하는 편이나 일부 젊은 사람의 경우 아예 외면하거나 눈이 마주쳐도 무표정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은 상대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게 되고 다음에 만나면 먼저 외면해 버리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딸아이에게 이야기 하면서 ‘너는 인사를 잘하라’고 당부 했더니, ‘인사를 꼭 아랫사람이 먼저 해야 하느냐,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른 사람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기분 나빠했지 먼저 하려는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부터 출근 할 때 이웃사람을 만나면 연령에 관계없이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말을 건네고, 퇴근 시에도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등 적절한 멘트를 첨가하면서 먼저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두세 번 반복되다 보니 ‘안녕하세요’ 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 오기도 했다.
상대를 불평하거나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는 먼저 다가가는 것이 대인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누구에게든 먼저 인사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회사에 출근해서 가장 먼저 사무실을 돌면서 아침인사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거나 최소한 눈인사라도 주고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회사에 인력이 많이 늘어났는데 출근해서 부서원들끼리만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바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타부서 동료들과는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한 직원의 제안으로 그날 당직자가 회사 입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아침인사로 맞이하고 있으며 업무 시작 전에 모두모여 상호 인사를 하고 있다. 연초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함께하는 의식을 통해 동료애가 깊어졌고 직장 분위기도 밝아졌다는 직원들의 평이다.
인사는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시작이자 끝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이며 호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인사하기의 생활화로 보다 더 부드러운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2010.08.20 한경에세이
출처: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