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업무차 P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다. 로비에 앉아 가만히 출입문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각양각색이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사소한 차이였지만 문득 우리의 삶과 결부시켜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언제나 우리는 이러한 2가지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앞서 나간 선배들이 닦아 놓은 편안한 길을 갈 수도 있고 혹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왠지 길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전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명이나 새로운 사고는 항상 후자 쪽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이르니 더 많은 감상이 펼쳐졌다. 이미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주어진 상황을 따르며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말한 대로 이런 방식은 안정적이고 안전할 수는 있지만 너무 보편적이어서 특징이 없고, 스스로 뭔가를 새롭게 해낸다기보다 적정한 여건이 만들어졌을 때라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세인 것 같다. 반면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것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위험이 따르지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모습이라 생각된다. ‘나는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인가? 아니면 굳게 닫힌 문이라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인가?’ 란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자.
어떤 자세를 가졌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과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전자의 경우에는 업무를 할 때 항상 전임자의 스타일을 따라하여 리스크는 없지만 그렇다고 탁월한 성과를 내지도 못할 것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다양한 가능성만큼이나 여러 가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여건이 갖춰져 있고, 누구나 하고 있는 방식대로, 이미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편한 것들만 찾다보면 과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안정적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자세로 살면서 독특한 나만의 특성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내가 노력해서 들어갈 자격을 갖추고 밀고 들어갈 때 나만을 위한 진정한 자리가 마련될 것이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역시 더욱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려면 그 문을 열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냥 밀어서 열리는 문일 수도 있지만 자물쇠로 잠겨 있을 수도 있고 회전문이거나 미닫이문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내가 자격을 갖췄을 때에만 그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닫힌 문 안의 세상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 문 안으로 들어갔을 때라야 비로소 어떤 세계가 펼쳐져 있는지 알 수 있고, 더불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차별화된 위치를 찾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항상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최종적인 목표보다 초과달성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보다 약간만 상향된 목표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 조금 줄이거나 내려오는 식의 달성이 쉽지, 모자란 상태에서 더 오르기는 어렵다. 간발의 차이로 실패하는 아쉬움을 겪고 싶지 않다면 목표를 약간만 높게 잡아라.
그리고 한 번 시작했다면 반드시 끝내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산을 오를 때 정상을 앞두고서는 쉬지 않는 게 좋은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중간에서 쉬게 되면 더 피곤하고 나른해져서 다시 제 페이스를 찾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처럼 일도 마찬가지다. 오늘 할 일은 그 자리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중요하다. ‘거의 다 끝냈으니 내일 와서 마무리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고 있던 일은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면 다 해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잡고 하려면 이미 해놓은 부분부터 도돌이표를 그려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더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일이라는 것은, 스스로 거의 다 됐다고 여겨질 때가 실상은 겨우 반 정도 완성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모든 일이 대부분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일을 할 때는 내일로 미루겠다는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모든 일을 그렇게 처리하기는 힘들겠지만 거의 다 됐다고 이야기하기보다 일의 완성도를 스스로 높이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사람이 갖춘 능력을 100이라고 본다면 약 5~10%의 차이가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닫힌 문을 열고 나가겠다는 도전정신, 조금 더 잘해보겠다는 열정, 그리고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자세를 갖춘다면 바로 그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꼭 잘해야 하는 것에 애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