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쿠르트] 비춰진 내 모습이 출발의 시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멘토 프로그램으로 인기리에 진행되는 스탭스 ‘물고기 잡는법’ 멘토 프로그램은 스탭스의 인적 자원을 재산화 하자는 취지에서 시행한 ‘인재화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접목시켜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생활속의 체험학습이나 작지만 소중한 부분을 생활화 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스탭스 멘토프로그램인 물고기 잡는법 멘토링을 하면서 멘티들이 비춰진 내모습을 보게 하려고 중요시 했고 객관화된 자신의 모습이나 역량을 알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객관화된 내모습을 보고 현재의 내모습과의 차이점을 알려고 노력했다면 이번호에서는 비춰진 내모습을 자기계발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을 평할때에는 객관적이고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주관적이고 온정적으로 표현하다보니 제대로 된 모습을 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멘티들에게 각각의 테마를 주고 발표를 하게 한 뒤 발표한 모습을 즉시 확인함으로써 좋은점, 나쁜점을 서로 지적을 하고 지적된 부분을 다시 발표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한 쑥스러움을 없애고 내 모습이 늘 비춰지고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자 하고 있다. 발표를 하고 직접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는 교육은 일부에서는 활용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멘티들은 처음 접하게 됨으로써 비춰진 본인의 모습에 대해 상당히 놀라고 하는 것이 현실이였다. 지금 소개하는 것은 실제 9기 멘티의 내용으로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멘토 모임에서는 <애인 만들기 전략> 이라는 주제로 사장님에게 강의를 들었다. 왜 하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만 하면 되는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 라는 주제들에 맞춰서 애인 만들기 전략을 사장님과 같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라서 그런지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의가 끝난 후, 우리는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새로운 전략 짜기를 과제로 부여 받았다. 각 조별로 정한 주제를 조원들과 함께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모두 앞에서 발표 하고, 또 발표 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하여 발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로 하였다.

강의가 끝나고 사무실 옥상에서 즐거운 삼겹살 파티를 즐겼다. 발표는 조원 중 아무나 한 명을 시킨다고 했는데, 나는 제발 아니기를 기도했다. 지난 모임에서 나의 모습에 대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평소에도 좋지 않던 발음과 태도 문제를 지적당한 이후로는 더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조원들과 의논 끝에 <다이어트 성공기>를 발표의 주제로 정하였다. 다들 시간이 맞지 않은데다가 컴퓨터 작업이 필요하였기에 메신져를 통하여 내용을 의논하고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었다.

발표 당일! 왠지 발표자는 내가 아닐 것 같다는 안일한 생각에 발표 내용을 몇 번 읽어 보지 않은 상태로 모임에 참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조의 발표자는 나였다. 거기다 제일 첫 번째 순서까지 되자 엄청난 긴장감이 몰려왔다. 선배님께서 발표를 하라고 한 이후부터는 속으로는 온통 미리 한번이라도 연습해볼 껄 하는 후회만 가득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으로 연습도 안했었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발표 시작! 우선 차트를 하나 씩 읽어 나갔다. 목소리도 떨리고 좋지 않은 발음을 신경 쓰다 보니 내가 말을 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를 정도였다. 또 촬영하고 있다는 것에 신경 쓰여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다 발표가 끝났다. 이후 다른 조들의 발표를 들으며 다른 멘티들도 연습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나보다 훨씬 발표를 잘 하는 것을 느꼈고, 그에 비해 역시 많이 부족하고 서툰 나의 모습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조원들의 발표가 끝난 후, 캠코더로 촬영한 것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일 첫 번째 순서로 나를 보게 되자 나는 민망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정말 어색하고 웃겼다. 자세도 이상하고 손짓도 너무 많았다. 아마 긴장하고 당황하자 나도 모르게 나온 행동인 것 같았다. 또 시선처리도 불안하여 여기저기 정신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배님께서 저번 발표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말씀은 해주셨지만 내 눈으로 나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허점만 더 크게 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왜 그렇게 뚱뚱해 보이던지, 멀쩡하던 헤어스타일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까? 다른 멘티들도 자신의 발표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게 되자 다들 나처럼 창피해하고 부끄러워했다. 평범한 거울이 아닌 캠코더의 렌즈를 통한 모습일 뿐인데도 모두 자신의 단점들이 더 잘 보이는 듯 했다. 그래도 다들 나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어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또한 발표를 하고 난 뒤 잘못된 점을 수정해 다시 발표하는 시간을 갖음으로써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서 발표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더욱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오늘 발표 외에 여태까지 해 왔던 발표들을 떠 올려보았다. 그때도 잘 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 오늘 했던 발표처럼 횡설수설하고 정신없었던 발표는 없을 것이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보고 연습했다면 지금의 모습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늦은 후회만 들었다. 괜히 얼굴이 화끈 거리고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부족한 나의 모습을 캠코더를 통해 경험하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멘토 모임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직접 느끼고 경험하기 전에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나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내가 내 눈을 통해 나를 관찰하게 된 오늘 하루는 내 인생의 많은 나날들 중 하루일 뿐 이겠지만 아마도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여태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확 바뀌진 않겠지만 오늘처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됐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싶다.

이처럼 내 모습이 늘 비춰지고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어떤 부분이 다른 사람에 비해 취약한지 확인하고 현재의 내 모습을 보게 함으로써 자기계발의 포인트로 삼았다. 처음에는 어색한 내 모습에 대해 부끄러워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당당해지고 교정되는 과정속에서 언어의 사용 역시 더욱 세련되어지고 표정이나 행동 역시 세련되어지는 것을 통해 보다 당당한 본인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모든 멘티들이 다른 사람앞에 서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고 멋진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하려고 하는 것은 학창시절 내지 나아가서는 면접,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부분은 혼자 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서로의 피드백이 있을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듯이 몇 명이 그룹을 이뤄서 시행한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본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하고 제대로 발표하지 못했던 멘티들의 경우 이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앞에서 발표가 익숙해지고 비춰진 모습을 보면서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2008년 8월호

출처: [리쿠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