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팀워크를 향상시키기 위해 ‘한강 야간행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다는 부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였다. 여의나루역에서 출발해 밤새도록 한강을 따라 걸으며 잠실대교를 거쳐 약수역까지 30km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처음에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추운 날씨에 잠도 자지 않고 걸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왔지만, 부서장의 독려와 신입사원들의 적극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입어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쥐가 날 경우를 대비하여 간단한 의료도구를 챙기고, 출발 전 충분히 준비운동을 했다. 후송차량도 마련해 혹 환자가 생기면 타고 본사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목표달성 결의대회인 만큼 되도록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중간중간 추위에 언 몸을 풀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 과정에서 두 명 정도 물집이 생겨 완주를 못했지만, 나머지는 무사히 행군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여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춥고 힘들었지만 하늘에 뜬 달을 보며 한강변을 걸은 기억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무슨 일을 하든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직원이 대다수였다.
그 후, 야간행군을 할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한국장학재단 멘토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대학생 멘티들과의 한강 야간행군’이었다.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고 물집에 대한 대비를 한 것은 전과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환자 후송차량을 없앴다.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지나가던 차량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대학생들에게도 만약에 환자가 생기면 동료가 부축해서 가야한다고 공지했다. 멘토-멘티가 30분씩 짝을 이뤄 걸으면서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멘토와의 데이트도 진행했다. 새벽 2시 무렵, 혼자만의 묵언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환자가 몇 명 나오긴 했지만 결국 한 명도 낙오하지 않고 새벽이 열릴 무렵 목적지인 약수역에 도착했다. 야간행군을 성공적으로 마친 멘티들은 ‘내가 해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어려운 고비를 함께 넘긴 멋진 추억을 쌓으면서 서로 간에 우애도 깊어졌다. 특히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팀워크를 굳게 다지는 계기였다고 평했다. 또 당초 계획에는 없던 묵언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어 더 유익했다는 것이 멘티들의 전반적인 평이었다.
이 두 행군의 목적은 서로 달랐다. 첫 번째 행군은 회사 차원에서 진행한, 목표를 향한 결의를 다지는 일종의 극기훈련이었다. 두 번째 행군은 또래 대학생, 멘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팀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둘 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낸다는 끈기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도중에 포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목표만을 바라보며 전진해야 한다. 흔히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반환점을 돌아오도록 코스가 짜여 있을 경우, 반환점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을 보며 의욕을 잃기 때문이다. 이번 행군은 한강을 끼고 원형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앞만 보며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둘째, 함께 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낯선 사람이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 그리고 멘토, 멘티와 함께 가는 행군이었기에 힘이 덜 들었고, 물집이 생겼을 때도 서로를 독려하며 걸을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는 체조로 몸을 풀며 갔기 때문에 피로도 누적되지 않았다. 멘토링과 묵언시간 등 다채롭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밤새 걸었지만 지치지 않고 완주가 가능했다. 참가자 개개인의 성취감 못지않게 팀원으로서의 자긍심과 성취감도 매우 높았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학생 야간행군의 경우, 환자후송을 위해 특별한 대비책이 없다는 사실을 알렸기 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에 적절한 긴장감이 형성되었고,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행군을 마칠 수 있었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정도로 높은 목표를 설정하되, 일단 잡은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인디언의 기우제’라는 말이 있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기우제 자체에 효과가 있어서라기보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될 때까지 하는 자세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본다. 설령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을 것을 얻을 수 있다.
등산을 하기로 했으면 비가 와도 출발하라. 산에 오르다 보면 얼마든지 비가 그칠 수 있다. 설령 비가 계속 오더라도 비 오는 날의 산행은 또 다른 멋진 추억을 여러분에게 선물할 것이다.
2016년 2월호
출처: [투머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