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3월이 알차야 한 해가 알차다

한국인들은 새해를 양력과 음력, 두 번 맞이한다. 그래서 1월말~2월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20대 청년들은 3월까지 포함해 세 번 새해를 맞는 기분일 성 싶다. 3월에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더 높은 학년, 학교로 올라가는 진급식과 입학식이 있기 때문이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직장이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한 발자국을 떼기도 한다. 또 계절적으로도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다. 결국 3월은 지금까지 살아온 패턴이 바뀌는 변곡점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한 삶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면, 자칫 달력 한 장 새로 넘긴 것 외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다.

실천 없는 목표는 한갓 꿈에 불과

목표란 단순히 이러저러한 것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뚜렷하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거창한 목표도 단순한 백일몽白日夢에 불과하다. 가령 여러분이 ‘올해 안에 한자漢字 2급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월-주-일 단위로 범위를 좁혀가며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2급을 따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한자는 얼마나 되는가? 그 중 내가 읽을 수 있는 한자, 뜻을 아는 한자, 쓸 수 있는 한자는 무엇인가?’ 등을 정확히 파악한다. 그리고 공부할 분량을 시험날짜로부터 역산하여 하루에 공부할 양을 정한다. 사람은 한 번 공부했다고 해서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2~3회 복습할 시간까지 감안해서 계획을 잡아야 한다.

모든 목표에는 납기納期. 즉 데드라인이 있다. 실질적인 데드라인이 없는 계획은 계획으로 끝날 뿐이다. 일을 하더라도 언제까지,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때 데드라인을 타이트하게 잡으면 그만큼 강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등산을 할 때도 단순히 ‘산을 올라간다’를 넘어 ‘몇 시간 안에 정상에 오른다’ 혹은 ‘옆에 있는 누구보다 빨리 올라간다’ 식으로 계획을 세우면 훨씬 시간이 단축된다. 원래 자기 페이스보다 20~30% 정도 높게 계획을 잡는 것이 좋다. 일단 계획이 세워지면 당장 실천으로 옮기자. 당장이 힘들다면 그날 안에,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을 넘기면 안 된다. 실제로 몇 년 전 필자의 회사에서는 아침마다 ‘납기는 생명이고, 품질은 인격이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회사 안팎에 어려움이 많은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한 말이다. 야구는 9회말 쓰리 아웃으로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는 언제든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다. 공부나 업무도 마찬가지다. 계획을 실천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손에 넣기 전까지는 결코 ‘끝났다’고 할 수 없다.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음의 힘, 끈기다. ‘끈기’를 너무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늘부터라도 평소 하지 않던 일, 익숙지 않은 일을 해 보면 된다. 신문을 편 자리에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멈추지 않고 보기, 등하굣길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 걸어가기, 하루 날을 잡아 8시간 이상 공부해 보기 등을 실천해 보자. 그런 경험들이 쌓여 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더 큰 목표를 넘어 한계에 도전하는 활력소가 된다.

필자의 회사는 취업지원과 채용대행이 주 업무다. 다른 기업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제안서를 작성할 때가 많다. 그런데 겨우 제안내용이 정리된 단계 정도인데도 ‘일이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지원 상담을 하더라도 몇 명을 했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상담을 통해 실제로 몇 명이 취업했는가가 중요하다. 책을 읽을 때도 마지막장까지 다 읽었다고 해서 ‘완독했다’고 할 수는 없다. 밑줄을 치고 메모도 하며 ‘이 책에서 내가 배운 점은 무엇인가’까지 생각한 뒤에야 비로소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를 살고 싶은 독자들에게 ‘복기復棋’하는 습관을 들이기를 권한다. 복기는 바둑에서 나온 말로,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이 둔 돌과 상대가 둔 돌을 다시 살펴보며 승패를 좌우한 요인을 돌아보는 것이다. 하루를 마치면서 ‘오늘 목표는 제대로 달성했는가?’ ‘그 과정은 효율적이었나?’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보자. 다람쥐가 쳇바퀴를 백 바퀴 돌든 천 바퀴 돌든 아무 차이가 없다. 어제라는, 틀에 박힌 쳇바퀴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의미가 있다. 오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드려는 노력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3월을 맞는 기분은 새해를 맞는 것처럼 들떠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의 생활패턴을 버릴 마음과 자세로 새출발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 그렇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그 출발점이 되는 3월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2017년 3월호

출처: [투머로우]